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2 - 10cm의 장벽

WorkTable 2009. 12. 2. 12:59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을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이 그림을 마치고 잠깐 시장에 가는길이었습니다.
우리집 앞은 매우 작은 도로지만 인도가 분리되있답니다.

우연이었을까요?

제가 길을 나서는데 약간 언덕 윗 부분에서 다리 한쪽을 못 쓰시는 것 같이 보이는 분이
걸어 제 쪽으로 내려오고 계셨습니다.

집앞 사거리 인도의 낮은 부분에는
기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고급 승용차를 떡하니 대고.
사람하나 빠져나갈 구멍 없이 차를 대고 뭐가 좋은지 핸드폰을 끌어안고 정신없이 통화를 하고
그 언덕위에 계시던 분은
뒤를 한번 슥 보시더니 차도 중앙으로 주차된 차를 너머 제가 있는 인도로 접근하셨는데...
집앞에 치킨집 배달오토바이가 인도를 막아서서 결국 더 아래로 내려가시고
거기마저 차 한대가 이유없이 골목위를 막고 있었더랍니다.

저도 보면서 적잖게 놀랐습니다.
우리 집 앞에 낮은 언덕에서 아래로 내려가는데 채 20m도 안되는 공간에
"정상적으로 인도로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없구나"
아예 휠체어라면 들어오지도 못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래는 마구 쓰러져있는 PC방 앞의 자전거, 명태집의 입간판, 또 불법주차
(제가 말하는 이 길은 어디 구석에 이상한 길이 아니고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고 시내버스도 다니는 그런 도로입니다. 망원2동이고 미원아파트 앞이에요...근처 사시는분 한번 지나다가 봐주세요)

주차해놓고 전화해대는 양반이 갑자기 짜증스러워서
소심하게 열심히 째려보며 반대쪽 언덕아래, 마트를 향해 열심히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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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숙명인지...
아니면, 내가 뭔가 부조리한 부분을 보는 눈이 생긴 것인지.

원래 블로그에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던 제게
에피소드를 제공해주고 싶었나봅니다;;

사실
저로서는 어떻게 더이상 바꿀 수 있는 힘은 없는것 같네요
아니...이렇게 생각을 해서 바뀌지 않는 건가요?
전, 저만이라도 정해진 규칙을 잘 지키면 언젠가 살기편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주의인데
이것마저 틀린 생각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정말.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꼭 필요한 장치 일까요?
그렇게 정해지지 않으면 지켜지지 않는게 너무 당연했던 것 일까요.
아 이런생각이 드니 몹시 슬퍼지는군요.

...

사람 다니라고 만들어 놓은 인도는 차에게 내어주고
위태위태 도로를 따라 내려가던 그 분의 뒷모습이 남는군요.


Posted by Nic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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